
교육이념 해설
대학은 학문을 자유롭게 탐구하기 위해서 인간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제도 가운데 하나이다. 학문의 자유로운 탐구는 이런 의미에서 가장 합당한 대학의 존재이유이다. 무전제의 진리를 탐구하고 학문 그 자체를 신성시하는 일은 대학의 설립목적에 붙박혀 있는 대학의 고유한 이념이다.
강원대학교의 교육이념 “실사구시”(實事求是 : Veritas ex Praxe)는 실제로부터 진리를 탐구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진리를 탐구하는 일은 인간 이성의 본질적 속성에 속하는 활동이며, 이 활동을 통하여 인간은 자연과 사회와 인간자신을 이해하고 즐긴다. 그러나 이 일은 그 의미에 있어서 역사에 나타난 대학의 절대적, 보편적 이념인 ‘학문의 자유’를 전제조건으로 한다. 진리를 탐구하는 일에는 최대한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진리의 획득으로 인간은 사물을 이해하고 무엇인가를 착오하는 능력을 갖게 되어 결국 무지로부터 자유롭게 되지만 진리의 획득을 위해서 인간은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또 자유로워야 한다.
진리 추구는 결코 공허한 데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대학의 이념이 바르게 말해주고 있는 실제 세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세계는 우리의 육안으로 보이는 세계만을 일컫지 않는다. 실제의 세계는 ‘실제’(實際 : Praxe)라는 말이 스스로 보여주고 있듯이, 인간의 다양하고 복잡한 삶의 결들로 짜여진 세계이다. 그리고 이 결들은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 가치, 욕망, 정서 그리고 이성이 일정한 질서와 형태를 갖춘, 말하자면 문화화되고 문명화된 인간 삶의 전체적 요소인 셈이다. 따라서 실제 세계는 자연과학의 기초적 탐구대상이 되는 자연현상이나, 사회과학의 그것이 되는 사회현상 또는 이념뿐만 아니라, 인간의 도덕적, 심미적, 그리고 순수한 이성적 힘에 의한 논리적 안목으로 확인되는 대상이기도 하다. 이것이 강대인이 탐구하는 실제 세계이다.
더욱이 실제의 세계는 있는 그대로의 세계일뿐만 아니라, 또한 마땅히 있어야할 세계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실제의 세게는 분명하게 진술할 수 있는 세계이며, 진술하되 있는 바를 그대로 진술하고, 또한 있어야할 것을 올바르게 진술할 수 있는 세계라는 점이다. 학문은, 인문학이든 자연학이든, 그것이 다루는 세계를 진리의 조건이 요청하는 바에 따라 분명하게 진술하고 설명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실사구시의 이념에 붙박혀 있는 강대인의 학문하는 정신 또는 과학하는 정신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정신은 통념상의 실증주의나 실학사상으로부터 구분된다. 인위적, 가공적 세계가 아니라, 실제의 세계를 바탕으로 하는 학문은 오직 진리의 빛이 밝혀주는 사실적, 당위적 근거에 따르는 일일 뿐, 공허한 환상이나 특수한 이데올로기 또는 근거가 모호한 개인의 소망이나 학문 바깥의 통제에 따르는 일이 결코 아니다.
실제의 세계로부터 탐구한 지식(실제적 지식)은 관념의 유희에 불가한 공허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의 세계에 들어 맞는, 달리 말하여, 실제를 새롭고 가치롭게 변화시킴으로써 인간의 정신생활을 풍부히 하는 지식이다. 이 지식은 결국 인간을 잘 살게하는 지식이다. 그리고 ‘잘 사는 일’이란 사실을 바르게 보고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알며 선한 마음을 가지고, 삶의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인간에게 특유한 활동을 일컫는 말이다.
실제적 지식은 실제로부터 시작되며 결국 실제의 세계로 귀착된다. 학문에 있어서 탐구가 시작되는 실제와 그 결과로서의 이론은 형식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뿐, 학문과 삶의 긴 발전적 맥락에서 볼 때 이 둘은 결코 분리되는 것이 아니다. 이론과 실제는 그 발전적 논리에서 볼 때 서로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강대인이 추구하는 지식은 실사구시의 이념 그 자체가 명백히 말해주듯이 실제와 괴리된 지식이 아니다. 그것은 실제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 지식이다.